라흰갤러리, 양화선 개인전 《너무 짧은 낮Daytime is Way Too Short 》 5월 12일 ~6월 6일 개최

양화선 작가는 마지막 개인전 이후 팬데믹과 함께 들이닥친 락다운(Lockdown)과 부상으로 인해 의도지 않은 오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그만의 개성으로 채워진 사물과 실내 공간이 새롭고 다채로운 형태로 작가에게 마음의 동요를 일으켰다. 집 안에서 늘 사람의 손길을 붙잡는 사물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 새로운 의식에 도달하게 되었다. 몇 년간 그가 나고 자란 제주를 떠나 서울과 런던을 분주하게 오가면서, 이주자의 시야에 들어온 ‘외부 세계’를 주로 다뤄왔던 그에게는 새로운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인식을 볼 전시 양화선 개인전 《너무 짧은 낮Daytime is Way Too Short 》이 5월 12일(금)부터 라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천편일률적으로 설계된 아파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을 영위하는지, 어떠한 상품과 취향이 유행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물 고유의 독특한 성격을 파악해냈다. 그리고 그는 유채를 이용해 현실의 그늘에 억눌린 사물로부터 명랑한 생기를 길어내거나 한 지점을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응시하는 시선을 활용함으로써, 사물을 통해 삶을 포착하는 감각을 한층 명징하고 예리하게 다듬고자 하였다.

양화선의 이번 개인전은 그가 빵을 굽거나 식물을 키우고, 실내공간을 가꾸는 등 ‘시간을 소일’하면서 떠올린 사적인 공간과 소유물에 관한 공상과 사랑, 욕망을 엮은 이야기와 같다. 더불어 유행하는 물건이나 장난감, 인형 등 혹자의 눈에는 자본주의의 발명품에 지나지 않은 것들에게 애정을 쏟는 과정에서, 이 사물을 끝없이 소유하고자 할 때 발생하는 소비사회의 양극성을 감지하게 되었다. 사물은 ‘구매’를 통해 소비사회에서의 희열을 가져다주는 매개체이므로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욕망을 쌓지만, 이 과정에 수반되는 물욕은 거꾸로 우리를 소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화선 작가는 욕망과 행복의 이중성이라는 달콤한 덫을 작업 사이사이에 놓음으로써, 소유로 사들이는 행복의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의 물꼬를 터주고 있다. 이는 관객이 마치 미끌미끌한 비누와도 같은 행복의 양면을 인정하고, 행복의 유일한 원천인 ‘지금의 삶’을 긍정하여, 종국에는 스스로 합당한 결론에 이르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라흰개럴리 조은영 큐레이터는 전시서문에서 “양화선은 계속되는 어깨부상 탓에 구작(舊作)들을 꺼내어 작은 크기로 다시 그리거나 소품 위주로 작업해야만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는데, 그에 의하면 이는 되레 지난 작업의 자취를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회복의 기회가 되었다. 다시 말해 양화선의 이번 전시 《너무 짧은 낮Daytime is Way Too Short》는 그가 이처럼 필름을 돌려보듯 전작 (前作)을 하나씩 곱씹으며 떠올린 사적인 공간이나 소유물에 관한 공상과 사랑, 욕망을 엮은 이야기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은영 큐레이터는 “양화선의 이번 신작들이 드러내는 형식적인 특징이란 이를테면 재료와 구도, 시점 등에서 발견된다. 우선 이전까지 그는 아크릴과 파스텔 색조를 사용하여 공상과 현실을 오가는 듯한 화면을 연출했으나, 본 전시에서는 유화 작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현실의 파리한 그림자에 억눌린 사물로부터 명랑한 생기와 향기, 나부끼는 빛깔을 길어내는 데에 유채가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라며 “과거 양화선이 멀찍이 떨어진 거리에서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정경을 담았다면, 이제 그는 눈앞의 사물이나 실내의 한 지점을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응시하는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개체와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고 그것의 심연을 열어, 사물과 맺을 수 있는 관계의 새로운 범주를 묘파해낸다”라고 말했다.

양화선 작가는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 회화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영국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순수미술 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이스트 런던대학교에서 순수미술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양화선 개인전 《너무 짧은 낮Daytime is Way Too Short》는 6월 6일까지 라흰갤러리(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50 길 38-7)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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